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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4. 누구랑 하느냐 (1)
    S-Column 2019. 9. 18. 03:29

     

     

     

    *

    섹스를 누구랑 하느냐는 정말 중요한 문제다.

    나는 정말 사랑하는 사람과도 관계를 맺어봤고

    그 날 처음 보는 사람과 충동적으로도 관계를 맺어봤다.

     

    어느 쪽이 좋았냐 물어본다면 당연히 전자다.

    원나잇은 정말 치기 어린 마음으로 몸과 마음의 외로움을 달래고자 몇 번 해봤던 것 같고

    섹스가 끝나면 일명 현자타임이 왔었다.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왜 그랬을까..라는 생각이 머리 끝부터 발가락 끝까지

    혈류를 타고 돌아다니며 심장으로 다시 돌아올 때쯤에는

    자괴감과 후회라는 커다란 암덩이가 되어 심장을 꽉 막았다.

    반면에 사랑하는 사람과의 만족스러운 섹스를 끝내면

    행복과 만족감, 혹은 불안감이 밀려왔다.

     

    오르가즘을 느끼고 난 후에는 과한 행복감과 쾌감이 절정에 다다라서

    이 사람과의 관계의 끝이 나도 모르게 떠올랐다.

    이 행복감이 언젠가 끝이 날 거라는 불안감이 파도처럼 밀려와,

    나는 불안으로 가득찬 바다에 빠져 허우적대는 느낌이 들었다.

    너무 깊이 빠진 날에는 불안감에 몸이 떨리며 눈물이 찔끔 나왔다.

    그 때마다 내가 그 당시 사랑하는 사람은 나를 꼭 껴안고 괜찮다고 사랑한다고,

    계속 곁에 있을거라며 등을 쓰다듬어주었다.

    물론 그렇게 말했던 사람들은 결과적으로 모두 떠나가서 지금 내 곁에 남아있지 않지만

    그 때만큼은 그 말이 세상에서 가장 큰 위로였다.

    그렇게 그 사람이 등을 쓰다듬어주면 불안의 바다가 썰물처럼 조금씩 조금씩 내 마음에서 빠져나갔다.

    마음을 필요 이상으로 줬던 몇몇 사람들과의 섹스는 그랬다.

     

    *

    행복한 섹스 후에 나만 이런 불안감을 느끼는 줄 알았는데

    주변에 몇몇 여자친구들도 이런 똑같은 일을 겪은 적이 있더라.

    누군가를 너무 사랑하면 불안감(insecurity)은 남녀노소를 구분하지 않고 늘상 따라다니는 것 같다.

    행복과 그 행복이 언제 끝날지에 대한 불안함이 항상 수반되는 것처럼.

    특히나 이별 혹은 상실 때문에 아파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누군가를 깊게 사랑하고 그 사람과 섹스를 하고 절정까지 다다른다는 것은

    엄청난 체력 소모 뿐만 아니라 엄청난 감정 소모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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