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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by 나쓰메 소세키B-Column 2022. 3. 31. 20:44
예전에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 때 느꼈던 일본 소설의 허무함이 꽤나 감명 깊었다. 그 책을 읽을 당시 한창 인간 관계에 대한 허무함을 느끼고 있어서 더 와닿았던 건지 몰라도, 소설이 풍기는 그 분위기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얼마 전 같은 제목의 국내 드라마를 추천 받고 소설을 다시 떠올리게 되면서 그런 분위기의 일본 소설을 또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밀리의 서재에서 세계 문학 중 일본 문학을 검색해봤는데, 유일하게 나온 소설이 “마음”이었다. 밀리의 서재도 꼭 넷플릭스처럼 컨텐츠가 참 많은 것 같은데 또 찾는 건 없는 그런 느낌이다. 그리고 "마음" 이 소설은 편집이 정말 엉망진창이다.. ※ 결말에 대한 스포를 포함하고 있으니, 스포 원치 않으시는 분들은 뒤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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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퍼리얼리즘_회사생활_220331_PA1L-Column 2022. 3. 31. 20:08
“세상에는 정말 비상식적인 사람이 너무 많다”는 생각을 매일매일 하게 되는 회사 생활을 3년째 하고 있는 직장인이다. 우리 회사는 젊은 사람들은 줄줄이 나가고 나이든 사람들만 남아있는 고령화가 심각한 집단이다. 산업 자체도 고인 물 산업이고 웬만해선 새로운 사람을 뽑지도, 오래된 사람을 자르지도 않아서 상식이 결여된 인간들이 매우 많다. 또래에 비해 첫 회사 생활을 조금 늦게 시작하게 되었는데, 어떻게 또 띠동갑 나는 사수(한 바퀴 아님. 두 바퀴임;)가 있는 팀에서 입사 동기도 없이, 타 팀에 또래도 없이 쓸쓸하게 회사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입사 1년차에 나한테 전화해서 “너 때문에 개쪽 당했다며” 소리 지르던 타 팀 팀장이 있었는데, 내 잘못으로 다른 사람이 곤란해진 건 아닌지 무서웠고, 다 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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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by 룰루 밀러B-Column 2022. 2. 7. 20:23
베스트셀러 리스트에서 단순히 제목이 마음에 들어 고르게 된 책이었다. 밀리의 서재에서는 과학 분야에 분류되어있는 책인데, 읽다보니 과학과 인문 에세이 사이에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초반부터 중반까지는 과학보다는 주인공의 인생에 대한 수필에 가까운 내용이라 더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주된 내용은 한 과학자가 인간 관계에서 상처 받고 인생에 대해 절망하고 극복하는 이야기이다. 연인 관계에서 실패한 이야기부터 자신의 성격적 결함을 찾는 어린 시절 아버지 얘기까지 담담하게 해나간다. 나는 주인공의 아버지 얘기가 정말 흥미로웠는데, 어린 시절 주인공의 아버지는 훗날 주인공의 사상을 지배하게 되는 개념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아버지는 내게 인생에는 아무 의미도 없다고 통보했다. “의미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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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겨울 들어 최고로 눈이 많이 오던 날L-Column 2022. 2. 4. 22:35
강남 한 가운데 있는 빌딩에서 열 수 없는 창문에 갇혀 눈이 오는 걸 보고 있자니, 스노우볼 안에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하며 로맨틱한 감성에 빠졌었다. 근데 그 당시에도 “스노우볼에 갇혀있는 것 같다”고 생각한 걸 보니, 통유리로 된 감옥 속에 있다고 느꼈나보다. 그걸 깨달았을 때, 뗄래야 뗄 수 없는 우울감과 갑갑함이 언제나 내 속에 있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어느 정도 극복했다고 생각했던 해묵은 감정들과 마주하게 됐을 때, 그래도 이젠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집 앞 역에서 항상 담배를 피우며 듣던 5분짜리 노래를 다 듣고도 한 곡을 더 듣고 나서야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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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변한 것들소개글 2022. 1. 14. 16:51
조금은 개인적인 얘기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블로그에 글을 올리기 시작한 건 19년 9월부터지만, 사실 글을 쓰기 시작한 건 18년말쯤부터였다. 그때 한 번 몸이 크게 아팠었고 몸이 아팠던 것 이상으로 우울증이 생겼었다. 매사에 방어적이었고 다른 사람들의 말에 쉽게 휘둘렸으며, 항상 결론은 “내가 문제”라는 자괴감이었다. 사실 이런 우울감은 10대 때부터 항상 있어왔는데, 그게 폭발한 내 20 초중반은 남들의 사춘기같은 질풍노도의 시간이었다. 그때의 나는 낮은 자존감과 우울감을 타인과의 얄팍한 관계를 통해 채웠었다. 당시의 나는 모든 사람에게 인정 받고 사랑 받아야한다는 강박증에 나 자신을 갉아먹고 있었다. 특히 남자를 통해 알량한 자존감을 채우던 때였는데, 그땐 남자라면 가벼운 관계든 무거운 관계든 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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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좋은 이별? (2)L-Column 2019. 9. 18. 03:35
* '좋은 이별 ?'은 사실 올 가을에 적어놨었던 글이다. 그 때 나는 다른 사람과 진지하게 만나고 있었고 그 남자친구와의 관계는 약 두 달 전에 끝이 났다. 그 남자친구는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결혼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 사람이었다. 그 사람은 사회적 배경으로도 결혼의 준비가 되어있던 사람이었고 결혼해서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는 게 목표였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감정적이고 생각보다는 어른스럽지 못한 사람이었다. 이 사람과는 여러 번의 이별을 해봤는데, 그 이별들에 대해서는 따로 글을 써놨다. 오늘은 어제 두 달만에 재회한 그 사람과의 만남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 어제 내가 느꼈던 감정이 다 바래지기 전에 기록을 남겨놓고 싶었다. 일주일 전에 그 사람에게 연락이 왔고 얼굴을 보고 얘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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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누구랑 하느냐 (1)S-Column 2019. 9. 18. 03:29
* 섹스를 누구랑 하느냐는 정말 중요한 문제다. 나는 정말 사랑하는 사람과도 관계를 맺어봤고 그 날 처음 보는 사람과 충동적으로도 관계를 맺어봤다. 어느 쪽이 좋았냐 물어본다면 당연히 전자다. 원나잇은 정말 치기 어린 마음으로 몸과 마음의 외로움을 달래고자 몇 번 해봤던 것 같고 섹스가 끝나면 일명 현자타임이 왔었다.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왜 그랬을까..라는 생각이 머리 끝부터 발가락 끝까지 혈류를 타고 돌아다니며 심장으로 다시 돌아올 때쯤에는 자괴감과 후회라는 커다란 암덩이가 되어 심장을 꽉 막았다. 반면에 사랑하는 사람과의 만족스러운 섹스를 끝내면 행복과 만족감, 혹은 불안감이 밀려왔다. 오르가즘을 느끼고 난 후에는 과한 행복감과 쾌감이 절정에 다다라서 이 사람과의 관계의 끝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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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내가 경험한 성희롱, 성추행, 그리고 성폭행 (1)S-Column 2019. 9. 18. 03:27
또래 남자애들한텐 길에서 번호 따인 기억이 살면서 한 다섯 번?도 안 되는 것 같은데 내가 아저씨들에게 인기가 많은 얼굴인지, 아저씨들한텐 작업을 참 많이 당했었다. 아저씨들이 수작질을 하면 기분이 참 개같다. 도대체 내가 어딜 보고 이 아저씨를 좋아할 거라는 생각을 하는 건지.. 직업이든 인성이든 외모든 재력이든 최소한 본인이 나이를 초월하고 10살 이상 차이나는 어린 여자를 만날 만한 매력 포인트가 하나라도 있어야할텐데 쥐뿔도 없는 것들이 오히려 들이대는 것 같다. 이건 정말 심리적으로 어떤 자신감으로 들이대는 건지 정말 너무너무 궁금하다. 그 중에서도 성희롱을 하는 아저씨들한테는 나는 씨발 돈을 억만금을 줘도 싫으니 돈을 주고 다른 데 가서 해결하라고 하고 싶다. 그럴 돈도 없는 것 같지만...